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Vol.01Monthly Interview< 적요 — 박정인 대표 > 1.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무슨 일(또는 공부)을 했고 디저트를 시작한 계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적요를 운영하는 박정인이라고 합니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10년 정도 피아노를 쳤고 대학 졸업 후 음악 생활을 유지해 왔습니다. 어느 직종에 종사하든 마찬가지겠지만 제게도 음악에 대한 권태가 찾아왔습니다. 특히 음악 계통은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경지를 넘어서야 하는 힘이 필요한데 어느 날 부터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서서히 음악과 거리를 두면서 음악에 대한 뜻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권태를 넘어서지 못한 것일 뿐 손으로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은 꽤 깊어서 우연한 계기로 베이킹을 시작했습니다. 베이킹의 세계도 1g의 중량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 디테일을 요구하는 분야라는 걸 인식하면서 피아노와 참 닮았구나 생각했습니다. 미묘한 차이가 연주를 듣는 관객이나 디저트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는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어서 나만 아는 디테일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동질감에 매료된 것 같습니다. 2. 경기도 이천에 가게를 열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서울 중랑구에서 베이킹 스튜디오를 3년 가까이 운영했습니다. 겁도 없이 시작한 가게였지만 찾아 주시는 분이 많아져 순조롭게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확장 이전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부모님께서 아버지 고향에 주택을 지었고 주택 한 켠에 마련된 상업공간을 임대했습니다. 이천은 제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10년 남짓한 서울 살이를 마무리하고 돌아와 이 곳에서 다양한 도전을 펼쳐보려고 합니다.이 곳은 외지이고 교통이 좋지 않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데 따르는 불안감이 있지만 제 아이덴티티가 명확하다면 손님은 올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전국을 돌며 카페를 두루 다니기를 좋아합니다. 제게는 맛 보고 싶은 디저트나 가보고 싶은 공간은 산골짜기라도 간다는 신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카페를 다녔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전남 구례에 위치한 무우루라는 디저트 카페인데요. 장마철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 그 곳에서 공간이 주는 포근함이 무엇인지를 배웠고 내가 가진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위치에 상관없이 찾아와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3. 대표님께서 디저트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디저트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에게 디저트로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입니다. 적당한 온도의 기분 좋은 당도를 가진 디저트를 추구합니다. 좋은 디저트를 만났을 때 얻게 되는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기쁨이 각자의 삶에 스며들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향긋한 커피와 기분 좋은 디저트를 먹으며 공간을 만끽하면 좋겠습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4. 카페 이름이 특이합니다. 적요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지어졌나요? 저는 사색을 좋아합니다. 저는 카페라는 공간을 사색의 공간으로 이용해 온 사람이고 적요도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 공간으로 쓰이길 원합니다. 평소에도 음악과 자연을 통해 사색합니다. 카페 건물 뒤 편에 소나무 한 그루가 식재되어 있는데요. 소나무는 자리를 옮기면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기까지 10년 남짓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해마다 전지작업을 해 주는데 소나무의 머리와 뿌리가 균형을 잃지 않게 유지해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나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풍성했던 솔잎들이 지금은 앙상한 이유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솔잎과 제자리에 앉아 긴 세월을 홀로 버티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서 적요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적요는 쓸쓸하고 고요한 상태를 일컫는 말인데요. 저도 외로움을 즐기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좋아하다 보니 소나무와 자연 앞에서 사색하는 습관이 든 건 어쩌면 천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소나무가 제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며 싸우고 있는 것처럼 저도 삶을 견뎌내고 있는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5. 대표님께 커피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커피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0.1g의 커피를 덜어내는 행위에서 경이로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분쇄하고 중량 한 뒤 한 꼬집도 안 되는 곱게 갈린 원두를 덜어내며 한 잔을 완성하는 행위가 예술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하게도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커피를 내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가까이서 보니 각자가 가진 역량에 따라 커피가 다르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달항아리를 빚는 도예가 다운 면모를 보게 되었고 커피도 바리스타가 한 잔 한 잔 빚어내듯 만드는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디저트와 커피는 다르지만, 또 같다는 점에서 디저트를 하듯 커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6. 매뉴팩트커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 또는 매뉴팩트를 경험해 보신 적이 있나요? 매뉴팩트는 7년 전 대학 시절 때 연희동에서 커피를 처음 접했습니다. 모든 사물을 귀엽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연희동 본점의 작고 앙증맞은 출입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실내에 들어섰을 때 네추럴한 인테리어를 보며 작은 커피공방 같다고 느꼈고 주문을 받는 카운터와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의 조화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플랫화이트를 처음 마셔봤습니다. 커피는 카페인에 불과하고 공부에 필요한 부스터 역할로만 치부했던 제가 커피가 맛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해준 곳입니다. 플랫화이트를 연달아 2잔을 먹었던 흔치 않은 기억을 간직한 곳입니다. 7. 어떤 커피를 추구하시나요? 제가 선택한 커피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고 싶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커피 맛을 구현하고 싶어요. 맛의 본질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디저트가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기분 좋은 적당한 당도를 가진 디저트를 선호합니다. 커피도 산미가 도드라지거나 쓴맛이 많은 커피보다는 균형 잡힌 커피를 좋아합니다. 디저트와 커피가 조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적요의 모든 요소가 적절한 수준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걸 추구합니다. 균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잘 알지만 제겐 무척 중요한 사항입니다. 8. 커피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다양한 꿈을 꾸고 있지만 그중 가장 가까이 꾸고 있는 꿈이라면 ‘적요’가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휴식처가 되고 추억과 정서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길 바랍니다. ‘적요’에서 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를 느끼실 수 있게 하는 것, 공간을 통해서 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실현하는 것이 현시점에서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적요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설장로 857, 1층(월 ‒ 일) 9:30am — 8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