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갖습니다. 브랜드도 저마다 색깔을 지닙니다. 매뉴팩트는 커피를 하는 사람, 공간을 만든 사람,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업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궤적을 살펴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봅니다.나아가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 봅니다. 사람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세요. Vol.03Monthly Interview< 필무드 — 백민경 대표 > 1.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어떤 공부를 했고 커피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필무드 대표 백민경입니다. 저는 파주에서 나고 자란 파주시민이자 파주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파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을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유년시절부터 논과 밭을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온 덕분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나무를 좋아합니다. 평소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이고 좋아하는 것을 찍다 보니 자연을 담은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건 하늘 사진입니다. 파주부터 서울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대학교에 다녔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서울로 통학한 긴 거리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동창생은 온라인상에서 오프라인 공간을 소개하는 웹페이지를 운영하려고 하는데 제게 인터뷰와 함께 실을 사진 촬영을 해줄 수 있는지 요청했습니다. 웹페이지에서는 주로 카페 공간이 소개되었고 저는 자연스럽게 공간과 커피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갔습니다. 커피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커진 뒤로 스타벅스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체계적으로 습득하길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일을 배울 수 있는 스타벅스가 적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재료 준비부터 홀 청소, 뒷정리 등 커피 추출을 제외한 카페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들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커피를 추출해 보기 위해 일을 시작하는 여느 바리스타와 달리 저는 운영 측면에 관심을 두고 카페 일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7개월 동안 커피를 내리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스타벅스는 카페에서 서비스와 운영의 기본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운영에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2. 필무드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FILL은 사전적 의미로 채운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MOOD는 말 그대로 분위기입니다. 필무드는 공간을 분위기로 채운다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저는 공간을 찾다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공간은 사람에게 주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고 저는 무엇보다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필무드가 사람들의 감정이 채워지는 곳으로 쓰이면 좋겠습니다. 행복, 기쁨, 슬픔, 힘듦 등 저마다의 감정을 필무드에서 해소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단, 필무드를 떠날 때 행복한 감정만큼은 간직한 상태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3. 필무드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필무드는 현재 가족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4살이었던 당시에 카페를 하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했습니다. 작고 아늑한 1인 카페를 할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죠. 파주에서 가구 사업으로 자수성가하신 아버지께서 사업을 할 거면 크게 해보라고 권하셨고 제 바람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혼자서 모든 걸 다하는 1인 카페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근무해야 하는 카페로 바뀌었고, 작은 평수는 큰 평수의 공간으로 바뀌었죠. 하지만 카페를 운영해 볼 수 있다는 것과 펼쳐 보고 싶은 공간을 만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부모님의 권유를 받아들였습니다. 책임져야 할 직원과 공간에 대한 무게는 나중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죠. 1년 여간의 공사 끝에 마장호수 근처에 필무드가 지어졌고 2019년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필무드 건축은 부친이 설계를 맡고 시공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카페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가구 디자이너인 친오빠는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을 도와주었습니다. 운영은 제가 맡았습니다. 아버지와 친오빠, 그리고 저는 카페와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인데 큰 가게를 6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저 자신도 신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큰 공간을 겁도 없이 시작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보여주신 삶의 태도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늘 하시는 말씀이 일은 일단 시작하고 뒤에 따르는 문제는 고치면서 가면 된다는 말씀을 태도로써 평생 동안 보여주셨습니다. 부족한 화장실과 좁은 바 구조를 보면 경험의 부재로 얻는 단점도 있지만 준비는 미흡했어도 운영해 오면서 배우고 쌓아온 시간이 지금의 필무드를 만든 것 같아 뿌듯합니다. 6년째 운영을 하면서 어려움의 연속이었는데요. 과거는 육체가 힘들었다면 지금은 정신이 힘든 상태에 있습니다. 직원에 대한 책임감과 직원의 성장에 대한 고민 등이 현시점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고민거리입니다. 직원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다양한 경험을 체험시켜 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료 메뉴 개발을 시켜보기도 하고 브런치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면서 필무드 안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4.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공간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바깥 정원입니다. 건물을 뒤에서 감싸고 있는 정원은 계절마다 가지각색의 꽃을 피웁니다. 특히 5월에 개화하는 데이지 꽃밭은 제가 가장 신경 쓰고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저는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에 흙에서 자란 것을 소중히 다룹니다. 2년 전엔 비가 적게 내려 물을 끌어와 몇 시간 동안 꽃밭에 물을 준 적도 있습니다. 커피와 빵과 마찬가지로 제가 애정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각별한 신경을 기울입니다. 식물은 환경에 따라 생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가 적은 해는 평년보다 작게 자라기도 합니다. 이따금 작게 자란 데이지를 보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시는 고객분들을 보면 데이지를 잘 키우지 못한 게 내 탓 같아 마음이 언짢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적이기 때문에 내년에 더 잘 자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또 한 해를 보냅니다. 그러면 어떤 해는 정원 가득 데이지가 피어나 필무드를 황홀한 분위기로 만들어 줍니다. 지금은 정원에 노란 수국이 가득 자라 윙윙대는 벌들이 신나게 꿀을 모으는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5. 공간을 운영하면서 겪은 특별한 이야기가 있나요? 카페라는 공간을 직접 운영해 본 적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일단 가게에 커피머신만 갖다 놓고 커피만 팔았던 초창기 때가 기억납니다. 첫날 매출이 30만원이었는데 내 힘으로 돈을 번 것도 신기하고 매장에 사람이 찾아온 것도 신기했습니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좌석을 더 놓아야 했고 커피만 판매하니 고객의 원성이 커져 베이커리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3년 동안 가게만 생각하며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집에 도착해 신발장 앞에서 잠이 든 적이 있을 정도로 체력의 한계를 느껴가며 버티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바닥부터 시작했고 하나씩 깨우쳐가며 일을 배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필무드는 가족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표로서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고 책임감에 잠 못 이루는 날도 많습니다. 매장을 오픈하고 3년 정도 지났을 때 한계에 부딪혀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만하고 싶다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른 때가 있었는데 그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가족 덕분이었습니다. 필무드를 시공하는 일 년 동안 고생했던 순간과 실내 인테리어를 몇 차례 엎어가며 마음에 들 때까지 결정을 번복했던 순간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악바리처럼 버티고 쌓아왔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우리 가족이 고생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이 일은 내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을 강하게 만듭니다. 그때 휘어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섰기 때문에 지금의 필무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른 고민과 걱정거리로 어깨가 짓눌리지만, 이 일을 업으로 정한 이상 이제는 피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요즘입니다. 6.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직원들의 태도와 품질입니다. 저는 공간을 찾다가 커피를 하게 된 사람이라고 말씀드렸듯, 공간이 주는 힘은 직원들의 태도와 분위기로 좌우된다고 여깁니다. 태도가 좋지 않은 곳의 커피는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하더라도 두 번 방문하지 않습니다. 제가 방문한 카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직원의 태도이니만큼 저도 제 가게 구성원들의 태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때론 잔소리가 지나쳐 직원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커피 맛과 서비스는 직원의 태도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필무드는 베이커리 카페이다 보니 원재료인 밀가루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밀가루를 소화해 내는 능력이 떨어져 유기농 밀가루를 선호합니다. 이곳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방문하는 곳이고 특히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분들이 저희 빵을 드시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유기농 밀가루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글루텐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효모를 사용하여 소화가 잘 되는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빵과 어울리는 커피를 제공하는 건 당연하고요. 이 공간에 오신 분들이 기분 좋은 감정의 상태만 간직한 채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필무드 FILLMOOD >경기 파주시 광탄면 기산로 129영업시간 ㅣ 오전 10시 30분 부터 오후 9시 까지 (매일)